안녕하세요, 다과랜드입니다.
아직도 논문을 PDF 파일로 하나하나 저장하면서 읽고 계신가요?
어렴풋이 내용은 기억나는데, 막상 그 논문을 다시 찾지 못한 경험 있으신가요?
이 글은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해서 작성했습니다.
논문 PDF를 컴퓨터에 저장하고, Notion (노션)이나 다른 노트 앱에 내용을 정리하고 있지만,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끼셨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그리고 많은 논문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가이드입니다.
참고로 저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연구를 하고 있으며, 본 글은 해당 분야의 맥락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하지만 논문 읽는 방법이라는 큰 틀에서는 대부분의 분야에 적용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는 논문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수집 → 읽기 → 체득 → 확장의 단계로 소화하고 정리할 수 있을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수집 단계는 최신 논문의 구독하고, 개인 저장소에 체계적으로 저장하는 과정입니다.
(2) 읽기 단계는 실제로 논문을 읽고 이해하며, 체득 단계와 함께 합니다.
(3) 체득 단계는 논문을 나의 언어로 재정리하여,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4) 확장 단계는 관련된 논문들과 저자에 대한 탐색 하여, 미래 연구를 엿보는 단계입니다. 과학자로서 필수적인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단계 설명에 앞서, 제가 사용하고 있는 툴을 먼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는 Zotero와 Obsidian을 기반으로 이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생산성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툴들일 겁니다.
Zotero는 서지관리 프로그램으로, Endnote나 Mendeley와 비슷하지만, 오픈소스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어 커스터마이징이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Obsidian은 노트테이킹 툴인데, 진입장벽이 살짝 있기 때문에, 해당 툴에 대한 설명은 이 글에서는 자세히 하지 않겠습니다.
1단계: 논문 수집
논문을 왜 읽는가?
논문을 많이 수집하고 전부 읽으면 당연히 좋겠지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나한테 필요한 것"을 우선적으로 취득하면 좋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논문을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연구는 "새로운 사실을 밝히는 과정"입니다. 기존에 누군가 똑같은 내용을 봤었다면, 그 의미는 줄어들겠죠. 그래서 논문을 잘 읽고 체득해야하는 것입니다.
내가 갖고 있는 질문을 "이미 누군가가 던졌던 적은 없는지?", "누군가의 결론을 나는 다시 실험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내 질문을 답하는데 필요한 논문인지"를 생각하고 논문을 수집하면 좀 더 명확하게 논문을 읽는 시작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논문 수집 방법
논문 구독 - 키워드와 쿼리 이용
이건 쉽습니다. 제가 관심있는 키워드를 Google Scholar, PubMed, BioRxiv에 등록해 두고, 이메일, RSS로 새로운 논문을 알림 받는 방법입니다.
- Google scholar의 알리미에 내가 관심있는 키워드를 등록해 두면, 새로운 논문이 나왔을 때 이메일로 알림이 옵니다.
https://scholar.google.com/scholar_alerts?view_op=list_alerts&hl=en&authuser=1
해당 페이지에서 설정할 수 있습니다. - PubMed의 RSS 기능 이용 - 구글스콜라와 비슷한데, RSS라는 기능을 이용합니다. 해당 방법은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BioRxiv 키워드 등록. 구글 스콜라와 동일합니다.
논문 수집 - 복잡한 쿼리의 이용
키워드 외에도 각 기관 도서관에서 구독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복잡한 검색의 구독도 가능합니다. 이 방법은 기관에서 운영하는 정보검색 강의나 세미나를 들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대학원 생활을 처음하면 가장 헷갈리는 게 논문 검색을 하는 방법이 수백 가지라는 점입니다. 이 부분도 내용이 길어지기에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찾아보실 분들은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셔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논문 저장 방법
관심있는 논문을 골랐다면 읽기 위해서 저장을 해야겠지요. Abstract을 읽고, 읽어야겠다 싶은 논문은 서지 관리 프로그램에 정리해 둡니다. 그리고 따로 체계적인 표시를 해둡니다. 툴에 대한 사용 방법은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에서는 한 프로그램에 체계적인 방법 (폴더 구조화, 태그 등)을 이용하여 논문을 저장했다는 점을 알아두시면 좋을 듯합니다.
저는 Zotero (https://www.zotero.org/)라는 서지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Endnote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불편한 UI, 불가능한 확장성 등의 이유로 Zotero로 갈아탔고,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Endnote의 모든 기능을 다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아이패드 등 모든 디바이스 동기화도 가능, MS워드 add-on 가능, 이미지도 highlight 가능!, geek 하게 소스코드 작성하고 어쩌구하면 그냥 상상하는거 다 가능), 다른 프로그램과 연동하는 등 확장성이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무료입니다! 기관에서 구독 안 해줘도 쓸 수 있습니다!
2단계: 논문 읽기
ChatGPT로 논문 훑기
내용을 대강이라도 알고 읽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고 읽는 데의 속도차이는 엄청납니다. 저는 "전체적인" 내용을 대강이라고 알고 읽고자 ChatGPT를 활용합니다.
저는 챗지피티에 논문을 읽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instruction을 제시했습니다.
논문을 빨리 읽기 위해서 전반적인 내용을 요약하면서, 읽는데 필요한 배경지식을 정리하고, 논문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도록 요청했습니다. 아래 그 프롬프트입니다.
너는 내가 논문을 최대한 빠르고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해.
아래 사항들을 참고해서 내가 이 논문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
1. 이 논문에서 가장 중요하게 찾은 점은 무엇이고, 왜 그게 중요한 점인지를 설명해줘.
2. 이 논문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배경지식을 논문의 introduction 부분을 참고해서 설명해줘.
3. 각 figure 마다 어떤 '결과'와 '의미'를 갖는지 설명해줘. 그리고 중요한 figure는 panel별로 자세하게 설명해줘.
4. 논문에서 중요하게 사용된 method를 설명해줘. 특히 최신기술일수록 자세한 설명을 해줘.
5. Discussion에서 어떤 논의를 하고 있고, 이 논문의 한계점과 미래 연구방향이 무엇인지 설명해줘.
6. 과학적 용어는 번역하지말고 영어 단어를 그대로 사용해.
이 instruction을 주고, 논문 자체 PDF를 업로드하면, ChatGPT가 마법을 부려서 논문을 전체적으로 요약해 줍니다. 이를 훑으면서 전체 내용을 머릿속에서 구상합니다. 책의 목차를 먼저 읽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논문을 읽을 때는 ChatGPT의 모델 선택도 중요합니다. 단순 멀티모달인 4o는 논리적인 흐름이 부족해서 논문 읽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항상 o3, o4와 같은 '추론모델'을 사용해서 읽으시기 바랍니다. 이는 ChatGPT 뿐만 아니라, 다른 AI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추론모델'은 여러 단계를 걸쳐서 답변을 도출해 내기 때문에, 답변에서 질적으로 큰 차이가 납니다.
참고로, ChatGPT 프로젝트에서는 모델선택이 안되는데, 새로운 채팅에서 모델 선택 후 다시 프로젝트로 돌아와 보면 모델이 바뀌어 있습니다. 이는 ChatGPT가 자주 업데이트 되어서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데, 그때 그 때 상황에 맞춰서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이후에도 논문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들을 대화를 통해서 읽으시면 됩니다.
논문 읽는 순서
이건 사람마다 취향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는 Abstract 읽고, discussion부터 읽어라, 누구는 introduction부터 읽어라, 하는데 자기 취향 것 읽으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Abstract부터 읽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는 듯합니다.
저는 abstract (사실 논문 수집 단계에서 읽습니다) → ChatGPT 요약 → Figure (생명과학에선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 → Introduction → Result → Discussion 순으로 읽습니다. 논문에 작성된 순서대로 읽는 이유는, 1) 이미 ChatGPT로 훑었기 때문에, 2) 저자가 의도하는 스토리라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Zotero에서 읽기
논문을 읽으면서 highlight 기능을 활용합니다. 저는 아래와 같이 색깔을 나눠두어서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 아래서 보여드리겠지만, Obsidian에서 자동으로 import를 하기 때문에 색깔이 많아도 추후에 구별하기 편합니다.
보통은 논문 구성이 위 색깔 순서 그대로 흘러갑니다. 그래서 다음에 다시 읽을 때 더 빠르게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단계: 논문 체득하기
예를 들어 위 논문을 읽고 공부하고 싶다고 해봅시다. 저는 Obsidian의 Zotero integration 플러그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자동으로 Zotero에서 highlight 한 부분 (이미지도 highlight가 됨!)을 Obsidian으로 import 하여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구축하는데 컴퓨터와 그리 친하지 않으신 분들은 진입장벽이 상당히 있습니다. 시간을 갖고 천천히 구축하시거나, 같은 방법을 노션과 같은 다른 툴에서 manual 하게 사용하셔도 됩니다. Manual 하게 사용해도 전혀 문제없습니다. 저도 하루아침에 이 시스템을 구축한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하나의 지향 포인트로 잡고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조금 더 간단하게 구현하고 싶으신 분들은, 그냥 Zotero의 링크를 복붙해서 다른 노트테이킹 프로그램에 붙여 넣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 링크를 누르면 바로 Zotero의 해당 논문이 켜지는 방식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zotero uri'를 검색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Zotero에서 Obsidian으로 불러온 모습은 이렇습니다.
논문의 Abstract과 highlight 한 문장, 이미지가 자동으로 import 됩니다. 그러면 import 된 부분을 자르고 붙여가면서 제가 원하는 방식대로 노트테이킹을 합니다.
- 기본 배경 지식은 무엇이 필요한지
- 실험에 사용된 테크닉들이 무엇이 있는지
- 주된 가설은 무엇인지
- 어떤 결과가 나왔고, 그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 논문 전체의 의미는 무엇이고, 한계점, 추후 연구 방향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정리합니다.
이를 시스템화를 시켜놓은 이유는 미리 만들어둔 template을 통해 더 빠르고 쉽게 정리하기 위함입니다. 고전적인 방법으로 논문을 읽고 공부해도 좋지만, 더 빠르고 쉽고, 체계적으로 논문을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최대한 활용하려고 합니다. 머릿속에 효율적으로 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단계: 논문 확장하기
논문을 읽었다고 끝이 아닙니다.
- 그 논문에서 인용하고 있는 다른 논문들
- 출판된 지 좀 된 논문이라면, 읽은 논문을 인용하고 있는 최신 논문들 (최신화 과정)
또한 함께 탐색하면 좋습니다.
관련 논문 탐색하기
읽는 논문에서 인용하고 있는 다른 논문들은 reference list를 통해 보시면 됩니다.
읽은 논문을 인용하고 있는 다른 논문들은 (1) Google scholar에서 인용을 검색하거나 (2) Research rabbit, Scispace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읽는 논문을 검색하고, 아래 'n회 인용'을 누르면 해당 논문을 인용하고 있는 다른 논문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Research Rabbit을 이용하면, 해당 논문과 관련된 논문들을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읽는 논문과 연관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논문은 무엇인지, co-author들은 누가 있는지 등 논문/저자 간 관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Scispace라는 툴을 이용하면 이와 관련된 논문을 찾아줍니다. 이미지는 웹브라우저의 extension을 설치한 모습이고, 이와 관련된 논문을 찾아줍니다.
요즘에 이런 AI 툴이 넘쳐납니다. 직접 찾아보시고, 본인에게 맞는 툴을 사용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이런 게 있다~라고 참고해 주세요.
저자 탐색하기
이 논문을 쓴 저자도 미리 알아두면 좋습니다. 연구를 직접 수행한 1저자와 교신저자를 모두 알아둡시다.
- 해당 연구실의 관심 주제는 무엇인지
- 그동안 어떤 논문을 냈었는지
- 1저자의 박사/포닥 PI는 누구인지
를 미리 알아두면 나중에 후속 연구나 논문이 나왔을 때 파악하기 훨씬 쉬워집니다. 그리고 실제 학회에 가서 만날 사람들이기도 하고요.
마치며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서 논문을 읽으면, 논문의 개수가 많아질 때 빛을 발하리라 생각합니다. 한두 개는 직접 기억할 수 있지만, 논문이 수 백 개가 되면 기억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논문을 작성할 때 citation을 달아야 하는데 만약 정리가 잘 안 되어 있다면... 지옥이 펼쳐질지도 모릅니다..
미리미리 논문을 잘 정리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 놓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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